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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영국의 디지털 유산 관리 시스템: 전통 유언장과 디지털 자산

1. 디지털 유산의 정의와 영국 법률에서의 위치

영국에서 디지털 유산이란 이메일, 소셜 미디어 계정,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 암호화폐, 온라인 구독 서비스 등 개인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디지털 자산을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전통적인 유산 상속 체계와 달리, 디지털 유산은 물리적 자산이 아닌 무형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리와 상속 과정에서 법적 도전 과제를 제시합니다.

영국의 **상속법(Administration of Estates Act 1925)**은 상속인이 사망자의 자산을 포괄적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 상속은 기존 법률을 해석하여 적용하거나, 플랫폼의 서비스 약관(TOS)에 의존하게 됩니다.

특히 영국의 디지털 유산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은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입니다. GDPR은 데이터 소유권을 개인에게 부여하며, 사망 후에도 유족이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구조는 디지털 유산이 단순한 개인 자산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민감한 문제로 간주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영국의 디지털 유산 관리 시스템: 전통 유언장과 디지털 자산


2. 전통 유언장 시스템과 디지털 자산 상속의 한계

영국에서는 전통적인 유언장을 통해 물리적 자산뿐만 아니라 디지털 유산을 상속할 수 있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할 때 디지털 자산을 명시하면, 법적 효력을 발휘하여 상속인이 디지털 자산을 승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 특유의 기술적, 법적 한계로 인해 전통 유언장이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자산 상속의 주요 한계:

  1. 플랫폼의 서비스 약관: 영국 내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가 계정을 상속할 권리를 제한하는 약관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사망자의 계정을 삭제하거나 '기념 계정'(Memorialized Account) 상태로 전환하지만, 데이터를 상속인에게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2. 암호화폐와 같은 무형 자산: 암호화폐는 개인 키가 없으면 접근할 수 없으며, 이는 유언장이 있더라도 기술적으로 상속이 불가능한 경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영국 법원에서도 개인 키가 없는 암호화폐 상속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 유언장 업데이트 부족: 많은 사용자가 디지털 자산의 존재를 유언장에 반영하지 않거나, 기술적 변화에 따라 유언장을 업데이트하지 않아 상속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합니다.

영국에서 디지털 자산 상속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유언장 작성 시 디지털 자산 목록과 접근 방법(예: 암호화, 계정 정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영국의 디지털 유산 관리와 실제 사례

영국에서는 디지털 유산 관리의 부재로 인해 상속인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례 1: 암호화폐 상속 문제
2019년 영국에서는 한 가족이 사망자의 암호화폐 지갑에 접근하지 못해 약 30만 파운드(약 5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상속받지 못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사망자는 암호화폐 지갑 정보를 유언장에 남기지 않았고, 가족은 법적 권리를 인정받았음에도 기술적 제약으로 자산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이 기술적 보안 체계와 법적 상속 구조 간의 단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례 2: 소셜 미디어 계정 상속 문제
2020년, 한 상속인이 사망한 가족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족 사진과 메시지에 접근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은 GDPR에 따라 접근 권한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상속인은 법적 절차를 통해 데이터를 복구하려 했지만, 서비스 약관에 의해 계정이 폐쇄된 상태였습니다. 이는 상속인에게 디지털 자산 상속이 법적 권리뿐만 아니라 플랫폼 정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영국에서 디지털 유산 관리가 전통적인 상속법과 달리, 기술적 접근성, 플랫폼 정책, 데이터 보호 규정의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합니다.


4. 디지털 유산 관리 시스템의 개선 방향과 영국의 도전 과제

영국은 디지털 유산 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법적, 기술적, 정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1. 법적 체계 강화:
    디지털 자산 상속을 명확히 규정하는 독립적인 법률을 제정해야 합니다. 이는 암호화폐, 소셜 미디어 계정, 클라우드 데이터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에 대해 일관된 상속 절차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플랫폼 서비스 약관과 법적 권리 간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2. 디지털 유언장의 표준화:
    영국 정부와 법률 기관은 디지털 유언장을 표준화하고, 사용자가 디지털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이 유언장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 상속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습니다.
  3. 플랫폼 협력 강화: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협력하여, 사망자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상속인에게 투명하게 제공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용자에게 명확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4. 사용자 교육 및 인식 제고:
    영국 내 사용자들에게 디지털 유산 관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생전에 디지털 자산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유언장 작성, 계정 정보 백업, 디지털 유산 관리자 지정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해야 합니다.

디지털 유산은 단순히 개인의 자산을 넘어, 현대인의 삶의 중요한 기록을 포함하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영국은 법적 개선과 플랫폼 간 협력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디지털 유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